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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들였든, 혹은 이미 영화 광으로서 오랫동안 지내왔든 간에,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현대 영화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작품들을 만들어온 그는 작가, 프로듀서, 단편 영화 감독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해 왔으며, 긴 경력 동안 총 10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어느 작품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점에서, 각 영화가 해를 거듭하며 타란티노의 필모그래피에 독특한 색채를 더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타란티노의 이 열 편을 통틀어 “나쁜 작품”이라고 할 만한 영화는 없다고 해도, 다시 보기 좋은 정도나 오락성, 그리고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 일부 작품들은 다른 영화들보다 한층 더 뛰어난 매력을 보여준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순위 TOP 10
10. 재키 브라운
- 개봉 연도: 1997년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 주연: 팸 그리어(Pam Grier), 로버트 포스터(Robert Forster), 사무엘 L. 잭슨(Samuel L. Jackson),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등
영화 자체가 크게 잘못된 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요소가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이것이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한 영화 중 가장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영화적인 스타일 면에서도 특별히 돋보이는 부분이 거의 없어, 약 2시간 30분에 달하는 상영 시간이 다소 밋밋하게 흘러갑니다.
팸 그리어가 연기한 주인공 잭키 브라운의 범죄 생활 자체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흥미를 끄는 요소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다행히도 이미 세상을 떠난 로버트 포스터의 인상 깊은 연기와 활력 넘치는 사무엘 L. 잭슨을 비롯한 조연 배우들이 분위기를 살려주지만, 느린 전개가 전체적인 재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만회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습니다.
9. 데쓰 프루프
- 개봉 연도: 2007년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 주연: 커트 러셀(Kurt Russell), 조이 벨(Zoe Bell), 로자리오 도슨(Rosario Dawson), 베네사 퍼리토(Vanessa Ferlito) 등
쿠엔틴 타란티노가 슬래셔 장르를 시도한 이 작품은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을 받았습니다.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에도 어느 순간부터는 다소 늘어진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스턴트우먼 조이 벨이 자기 자신을 그대로 연기하는 등 몇몇 의문스러운 연기도 곁들여져, 타란티노 필모그래피 전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꼽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생각 없이, 연쇄 살인마를 자동차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재해석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꽤 즐겁게 감상할 만한 작품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사운드트랙과 베네사 퍼리토가 연기한 ‘알린(Arlene)’의 잊지 못할 장면(직접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이 돋보입니다. 고전 영화에 대한 오마주 덕분에 2007년에 제작되었음에도 90년대 작품 같은 향수를 자아내며, 의외로 ‘머리를 비우고 보는’ 재미가 가득 담긴 영화입니다.
8. 킬 빌 2
- 개봉 연도: 2004년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 주연: 우마 서먼(Uma Thurman), 데이비드 캐러딘(David Carradine), 대릴 한나(Daryl Hannah), 마이클 매드슨(Michael Madsen) 등
두 편으로 나뉘어 한 여성의 복수극을 다루는 이 서사가 마무리 부분에서 빌(Bill)이라는 인물을 제대로 활용해줄 것이라 기대하게 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이 재회하기까지의 긴장감이 실제 만남 장면보다 훨씬 흥미롭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최종 대결을 제쳐놓으면, 전편의 신선함을 그대로 이어가는 훌륭한 속편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결혼식장에서 시작되는 인트로 장면과 신부(브라이드)가 관에 갇힌 채로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장면은 타란티노 필모그래피 중 유일한 속편인 이 작품이 대부분의 러닝타임 동안 전편에 뒤지지 않는 완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예시일 뿐입니다. 이처럼 킬빌1과 버금가는 만족감을 선사하는 흥미로운 장면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전작을 재미있게 봤다면 놓치기 아쉬운 작품입니다.
7. 저수지의 개들
- 개봉 연도: 1992년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 주연: 하비 케이틀(Harvey Keitel), 팀 로스(Tim Roth), 마이클 매드슨(Michael Madsen), 스티브 부세미(Steve Buscemi), 크리스 펜(Chris Penn) 등
쿠엔틴 타란티노의 첫 번째 장편영화인 저수지의 개들은 1992년 이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지지 않는 여러 요소들을 선보이고 정립했습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단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여러 배우들의 연기가 극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중요했는데, 다행히도 타란티노가 써낸 대사가 흡인력 있게 펼쳐짐으로써 이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를 제대로 뒷받침해줍니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범죄자들이 계획한 강도가 어긋나 대혼란에 빠진 뒤, 서로를 의심하며 모여든 은신처에서 누가 판을 망쳤는지를 밝히려는 내용이죠. 그런데도 타란티노는 이 기본적인 전개를 매력적인 대화와 비선형적 서사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영화로 탈바꿈시켰습니다.
6.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개봉 연도: 2019년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브래드 피트(Brad Pitt), 마고 로비(Margot Robbie) 등
쿠엔틴 타란티노의 최신작인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동시에 다루려고 시도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 결과, 몇몇 스토리라인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가 버리죠. 예를 들어, 마고 로비가 연기한 ‘샤론 테이트’는 혼자서도 훌륭한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인물임에도, 실제 영화 속에서는 테이트 살인 사건이 깊이 있게 다뤄지기보다 마치 후순위로 밀려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1960년대 황금기 영화 산업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해내며,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완벽한 호흡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다만 화염방사기가 등장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은 다소 뜬금없다는 인상을 남기며, 몰입감을 온전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5. 헤이트풀8
- 개봉 연도: 2015년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 주연: 사무엘 L. 잭슨(Samuel L. Jackson), 커트 러셀(Kurt Russell), 제니퍼 제이슨 리(Jennifer Jason Leigh), 월튼 고긴스(Walton Goggins), 팀 로스(Tim Roth), 마이클 매드슨(Michael Madsen), 브루스 던(Bruce Dern) 등
헤이트풀 8는 저수지의 개들에서 눈부신 효과를 발휘한 요소들을 모두 끌어와 한층 더 과감하게 끌어올린 작품입니다. 더 흥미진진한 인물들을 한 장소에 모아놓고, 보여주기보다 말로 긴장감을 끌어가는 방식을 택했죠. 촘촘하게 짜인 대본을 바탕으로, ‘도대체 누가 범인인가’ 하는 미스터리가 영화 전반을 지배하며, 훌륭한 앙상블 캐스트가 뛰어난 연기를 선보여 각 캐릭터에 생생함을 더합니다.
유머가 필요한 지점에서는 유쾌함을, 폭력성이 드러날 때는 과감함을 한껏 살려내면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이어주는 강렬한 음악까지 더해져, 쿠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감성이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 장고 : 분노의 추적자
- 개봉 연도: 2012년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 주연: 제이미 폭스(Jamie Foxx), 크리스토프 왈츠(Christoph Waltz),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케리 워싱턴(Kerry Washington), 사무엘 L. 잭슨(Samuel L. Jackson) 등
2012년 이전에 제이미 폭스의 연기력이 의심을 받았다면, 장고: 분노의 추적자는 그러한 의심을 말끔히 씻어내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폭스는 지금껏 맡은 배역 중 가장 극적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고, 감정을 뒤흔드는 강렬한 스토리를 통해 관객의 가슴에 깊이 파고듭니다. 이와 동시에 크리스토프 왈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사무엘 L. 잭슨 등 출연진 전원이 제 몫 이상을 해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영화를 통해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에 자신만의 독특하고 스타일리시한 해석을 가미했습니다. 각 시퀀스마다 몰입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주인공 ‘장고’가 아내를 찾아 험난한 세상을 누비는 과정을 지켜보며 관객들도 그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게 만듭니다.
3. 킬 빌 1
- 개봉 연도: 2003년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 주연: 우마 서먼(Uma Thurman), 루시 류(Lucy Liu), 비비카 A. 폭스(Vivica A. Fox), 다릴 한나(Daryl Hannah), 마이클 매드슨(Michael Madsen) 등
개봉 후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킬 빌 1과 비견할 만한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긴 듯한 혁신적인 스타일과 탁월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작품에서 ‘브라이드’가 빌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눈부시고 독특한 무술 액션 장르를 한껏 살려냈습니다. 그 결과, 지금도 따라올 작품을 찾기 어려운 압도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액션 안무는 세월이 지나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우마 서먼이 연기하는 주인공이 맞서 싸우는 암살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어, 영화 전반에 걸쳐 긴장감이 끊이지 않습니다. 비록 속편인 킬 빌 2에 아쉬운 점이 있다 해도, 킬 빌 1은 몇 번을 다시 봐도 매력이 사라지지 않는 진정한 고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 펄프 픽션
- 개봉 연도: 1994년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 주연: 존 트라볼타(John Travolta), 사무엘 L. 잭슨(Samuel L. Jackson), 우마 서먼(Uma Thurman),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 하비 케이틀(Harvey Keitel) 등
펄프 픽션이 ‘역대 최고의 영화’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1994년에 개봉되었음에도 영화계 전반에 끼친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죠. 20세기에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탈피하여 마치 TV 시리즈의 에피소드처럼 이야기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전개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 작품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강점을 집약해, 적절한 상영시간 안에 완벽하게 담아냅니다. 중독성 강한 대사는 물론, 다른 영화였다면 뜬금없이 보였을 장면들이 여기서는 기발하게 어우러지며,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독특한 캐릭터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사운드트랙까지 모두 담겨 있죠. 이처럼 펄프 픽션은 대중문화의 거대한 축을 담당하는 동시에, 영화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기념비적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 개봉 연도: 2009년
-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
- 주연: 브래드 피트(Brad Pitt), 크리스토프 왈츠(Christoph Waltz), 멜라니 로랑(Mélanie Laurent), 다이앤 크루거(Diane Kruger), 일라이 로스(Eli Roth) 등
영화의 문을 여는 첫 장면만으로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매우 특별한 시청 경험을 선사할 것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이는 단지 극의 전개를 위한 장치일 뿐 아니라, 현대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악역 가운데 한 명인 ‘한스 랜다(크리스토프 왈츠)’를 놀라울 정도로 미묘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소개해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전쟁 영화로 분류되지만, 총격전이나 폭발 같은 장면보다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 상황들이 조용하면서도 극적으로 쌓여가며 긴장을 조성하는 방식이 핵심입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진지할 땐 진지하게 임하면서도, 적절한 순간에 유쾌한 대사를 배치해 분위기를 환기합니다. 또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서로 얽혀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되며, 출연진 역시 각자의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소화해 즐겁게 활약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개성이 듬뿍 담긴 이 작품은, 평소에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이들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만큼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오락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필수 감상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