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에 봐야 할 단편 애니메이션 TOP 8

   읽는 시간 8 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몰아보는 건 정말 재밌지만, 이틀째 마라톤을 이어가는 동안 300편짜리 시리즈 중 겨우 50편만 봤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물론 평일로 넘어가면서까지 애니 정주행을 이어가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점심시간에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까지 봐야 한다면 그다지 쾌적한 경험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만약 우리처럼 긴 시리즈를 조금씩 끊어서 보는 애타는 느낌을 견딜 수 없다면, 이 리스트에 있는 짧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들을 분명 좋아하게 될 것이다. 사이코 드라마부터 스릴러, 호러, 일상물까지 모든 장르가 골고루 준비되어 있다. 천천히 스크롤하면서 이번 주말을 책임질 완벽한 작품을 찾아보자.

죽기전에 봐야 할 단편 애니메이션 TOP 8

8. 데스 퍼레이드 (Death Parade)

데스 퍼레이드 2화의 스크린샷. 노나가 데킴을 꾸짖고 있는 장면.

  • 방영일: 2015년 1월
  • 장르: 심리, 드라마
  • 에피소드 수: 12화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이 근원적인 질문에, 데스 퍼레이드는 다소 어둡지만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 이야기는 신비로운 바 ‘퀸데킴’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퀸데킴은 사후 세계에 온 영혼들이 게임을 통해 운명을 결정짓는 공간이다. 게임에서의 결과는 영혼이 다시 환생할지, 아니면 영원한 공허에 빠질지를 결정하게 된다.

언뜻 보면 평범한 술집에서 즐길 법한 다트나 당구 같은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참가자들의 본성을 낱낱이 드러내기 위해 감정적, 심리적으로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잔혹한 테스트다.

이곳에서 게임을 진행하고 영혼을 심판하는 역할을 맡은 바텐더 데킴은, 인간과는 거리가 먼 냉정하고 무감정한 존재다. 그러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 영혼 ‘치유키’가 그의 조수로 오게 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치유키와의 교류는 데킴이 지닌 무감정하고 기계적인 중립성을 흔들어 놓는다. 그녀가 인간 영혼을 바라보는 시선과 평가를 보며, 데킴은 자신이 판단하는 방식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점점 더 인간의 감정이 지닌 깊이와 복잡성을 이해하며, 데킴 자신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무언가를 깨달아 간다. 정신적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주말 정주행에 완벽한 애니메이션이다.

7. 나만이 없는 거리(Erased)

나만이 없는 거리 1화에서 사토루가 일하는 오아시 피자(Oasi Pizza) 가게의 외관이 보이는 스크린샷.

  • 방영일: 2016년 1월
  •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 에피소드: 총 12화

나만이 없는 거리에서 주인공 ‘후지누마 사토루’는 ‘리바이벌(Revival)’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은 주변에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를 몇 분 전 과거로 되돌리는 힘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토루 본인이 이 능력을 스스로 조종하거나,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선택할 수는 없다.

이 작품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사토루의 능력이 엄청난 규모로 작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어머니가 살해되는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무려 18년 전 과거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의 몸으로 돌아간 사토루는 어머니의 죽음이 과거 마을에서 발생했던 아동 연쇄 납치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사건의 피해자였던 조용하고 소극적인 소녀 ‘히나즈키 카요’를 비롯한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어른의 집념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사토루는 끔찍한 과거를 다시 쓰고, 정체불명의 위협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친구들과 어머니를 포함한 모두를 구하는 것이다.

6. 데빌맨 크라이베이비(Devilman Crybaby)

데빌맨 크라이베이비에서 기차 안 악마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장면의 스크린샷.

  • 방영일: 2018년 1월
  • 장르: 액션, 호러
  • 에피소드: 총 10화

호러 애니를 좋아한다면 데빌맨 크라이베이비를 놓쳐선 안 된다. 악마, 귀신은 물론이고 등 뒤에 칼을 꽂는 친구까지, 소름 끼치는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가득 담겨있다.

‘데빌맨’은 악마에게 빙의된 후에도 영혼을 유지하고 있는 인간을 뜻한다. 주인공 ‘후도 아키라’는 악마에 빠져있는 절친 ‘료’ 때문에 그런 운명을 맞게 된다. 료는 아키라를 속여 악마가 해방되는 광기 어린 의식에 끌어들이고, 결국 아키라는 강력한 악마 ‘아몬’과 융합하게 된다.

믿기 어려운 초인적인 힘을 얻었지만, 아키라는 변함없이 선한 마음을 유지한 채 새로 얻은 능력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악마와 싸운다. 그러나 악마에 대한 공포가 퍼지면서 사회는 무너지고, 인간 본연의 잔혹함과 어둠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키라는 배신과 상처,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겪으며 인간과 악마 사이의 잔혹한 전쟁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한다.

5.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AnoHana: The Flower We Saw That Day)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에서 멘마의 영혼이 가족의 집에 서 있고, 아버지는 신문을 읽으며 동생은 게임을 하고 있는 장면의 스크린샷.

  • 방영일: 2011년 4월
  • 장르: 드라마, 일상물
  • 에피소드: 총 11화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는 은둔 생활을 하던 소년 ‘야도미 진타’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어린 시절 친구 ‘멘마’의 유령을 보게 되면서 시작되는 일상물 애니다. 멘마는 과거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지만, 이루지 못한 소원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고 다시 나타난 것이다.

안타깝게도 멘마는 자신의 소원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해 진타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진타는 멘마가 떠난 이후 연락을 끊고 지내던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다시 마주해야만 한다.

그들은 멘마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 그동안 외면해왔던 슬픔과 죄책감, 그리고 멘마의 죽음이 자신들의 삶에 끼친 영향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는 우정과 상실, 그리고 진정한 작별의 의미를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으로, 감정을 깊숙이 울리는 이야기다. 휴지를 가까이 두고 보자..분명 필요할 테니까..

4. 바이올렛 에버가든(Violet Evergarden)

바이올렛 에버가든에서 어린 시절의 바이올렛이 등장하는 장면의 스크린샷.

  • 방영일: 2018년 1월
  • 장르: 드라마, 일상물
  • 에피소드: 총 13화

사랑은 누구든 변화시킬 수 있다—심지어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인간 병기조차도. 바로 이런 설정이 바이올렛 에버가든을 매력적이고 깊이 있는 작품으로 만든다.

바이올렛은 전쟁 속에서 인간의 감정을 모두 빼앗긴 채 전투의 도구로 키워졌다. 덕분에 그녀는 뛰어난 전사가 되었지만, 동시에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된 존재가 되었다. 주변 사람 대부분은 그녀를 인간이 아닌, 그저 감정 없는 파괴의 도구로 여겼다.

하지만 길베르트 소령만큼은 달랐다. 그는 바이올렛 안에 남아있던 인간성을 발견했고, 전쟁터 밖에서 그녀가 스스로 정체성을 찾도록 돕고자 했다.

전쟁이 끝난 후 길베르트 소령이 남긴 마지막 말, “사랑한다”는 한마디에 바이올렛은 그 의미를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자동 수기 인형’으로 일하면서, 그녀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수많은 감정과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3.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The Tatami Galaxy)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에서 오즈가 머리 위로 붐 마이크를 들고 있는 장면의 스크린샷.

  • 방영일: 2010년 4월
  • 장르: 일상물, 코미디
  • 에피소드: 총 11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들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타임 루프에 갇힌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에게 직접 물어보면 된다.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는 로맨스와 의미 있는 우정으로 가득한 이상적인 대학 생활을 꿈꾸는 냉소적인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멀었고,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며 불행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기묘한 사건을 계기로 그는 대학 시절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시간의 루프에 갇히게 된다. 매번 다른 동아리와 선택을 통해, 그는 자신이 꿈꿔왔던 완벽한 인생을 얻으려 시도하지만 계속해서 예상 밖의 결과와 마주친다. 독특한 작화 스타일과 빠른 전개, 그리고 신선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는 작품이다.

2. 우주보다 먼 곳(A Place Further Than The Universe)

먼 곳

  • 방영일: 2018년 1월
  • 장르: 드라마, 일상물
  • 에피소드: 총 13화

큰 꿈을 꾸려면, 그만큼 큰 용기를 내어 첫발을 내딛을 준비도 해야 한다. 하지만 용기 있는 한 걸음을 내딛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우주보다 먼 곳의 주인공인 다마키 마리 역시 바로 그런 고민을 겪고 있는 인물이다.

마리는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의미 있고 모험적인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막연한 꿈만 꾸고 있던 그녀는 코부치자와 시라세를 만나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마리는 시라세와 함께 미야케 히나타, 시라이시 유즈키 두 친구를 더해 남극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남극은 과거 시라세의 어머니가 탐험 도중 실종된 장소로, 네 명의 소녀는 이 일생일대의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깊은 우정을 쌓고, 개인적인 성장과 정서적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1. 플라네테스(Planetes)

플라네테스에서 주인공 아이 타나베가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밖에서 걸어가는 장면의 스크린샷.

  • 방영일: 2003년 10월
  • 장르: SF, 드라마
  • 에피소드: 총 26화

플라네테스는 2075년을 배경으로, 우주 쓰레기(데브리)를 처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다룬 SF 애니메이션이다. 이야기는 지구 궤도에 떠도는 위험한 잔해를 제거하는 우주선 ‘토이박스’에 신입으로 합류한 아이 타나베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이 작품은 환경 보호 문제, 계급 갈등, 인간의 야망과 같은 깊은 주제를 세밀하게 다룬다.

플라네테스가 특별한 이유는 우주 탐사를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캐릭터들의 개인적 성장과 정서적인 면까지 균형 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각 에피소드는 무중력 상태의 위험부터 행성 간 탐사의 윤리적 딜레마까지, 우주에서의 삶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진지하게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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