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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이불에 폭 싸여 영화 한 편 보는 것은 봄에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활동 중 하나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는 의심할 여지 없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로맨스 영화들이겠죠. 아늑한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들은 정말 많지만, 이번 기회에 한국산 로맨스 영화에도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은 매력적인 스토리와 서서히 피어오르는 사랑을 그린 로맨틱 K-드라마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로맨스 영화는 상대적으로 세계에 덜 알려진 편입니다. 여러 회차를 통해 캐릭터들을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드라마와 달리, 한국의 로맨스 장편 영화들은 짧은 시간 안에 진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선사합니다. 따뜻함과 때론 아픔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들은 추운 겨울밤에 제격입니다.
역대 최고 한국 로맨스 영화 TOP 10
10. 번지 점프를 하다 (2001)
- 감독: 김대승
한국을 대표하는 액션 스타 이병헌은 영화 팬들 사이에서 심쿵 매력남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91년부터 연기 인생을 시작해 냉혹한 건달부터 로맨틱한 주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2001년 로맨스 드라마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다소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운명의 사람’을 만난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이 작품에서 이병헌과 이은주는 각각 젊은 학생 인우와 태희 역을 맡아 서로 알아가며 사랑에 빠집니다.
로맨스가 싹트던 중, 태희는 뜻밖의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하고, 가슴 아파한 인우는 17년 후 고등학교 교사로 재탄생합니다. 새로운 제자인 현빈에게서 전 애인 태희의 흔적을 발견하며, 자기 수용과 자기 발견, 그리고 인생에 한 번쯤 나타나는 ‘그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9. 새콤달콤 (2021)
- 감독: 이계벽
넷플릭스가 최근 몇 년간 선보인 멋진 K-로맨스 영화들을 20세기 소녀 등—중 하나인 새콤달콤은 다은(채수빈)과 혁(장기용)의 사랑 이야기를 그립니다. 병원에서 환자로 있던 혁을 돌보던 다은은 점차 그와 가까워지게 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지만 혁이 서울로 취업하면서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로 발전합니다.
잦은 이동으로 인해 관계에 긴장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 소홀, 과도한 업무 문화, 장거리 연애의 현실 등이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마지막에 찾아오는 반전은 비록 결말에 아쉬움을 느끼는 관객들도 있지만, 해피엔딩이 항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입니다.
8. 오직 그대만 (2011)
- 감독: 송일곤
2010년대 초, 소지섭과 한효주가 열풍을 일으켰던 로맨스 영화 오직 그대만은 전 복서 철민(소지섭)과 맹인 소녀 정화(한효주)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철민은 주차 요원 일을하며 세상의 흐름을 바라보다가 정화를 만나고, 정화는 그의 차가운 마음의 벽을 부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험난한 순간과 서늘한 기류 속에서도 두 사람 사이의 끊을 수 없는 인연은 보는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7. 윤희에게 (2019)
- 감독: 임대형
윤희에게는 성장, 금지된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감동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시골에서 십대 딸 새봄(소혜)과 함께 살아가는 윤희(김희애)는 어느 날 어머니의 소지품 사이에서 일본 여성 준(나카무라 유코)이 보낸 러브레터를 발견합니다.
어머니의 외로움을 느낀 새봄은, 오랜 세월 감춰진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어머니와 준을 재회시키기로 결심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윤희는 두 번째 인생과 첫사랑과의 재회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더 과감한 선택으로 행복을 찾아가게 됩니다. 퀴어 로맨스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사랑을 넘어선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눈물이 절로 흐를 만큼 아름다운 영상미가 돋보입니다.
6. 지금 만나러 갑니다 (2018)
- 감독: 이장훈
소지섭과 손예진이 함께한 또 다른 로맨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2018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본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아내 수아의 이른 죽음 이후 홀로 아들을 키우게 된 우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수아는 죽기 전 비오는 계절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기적적으로 약속을 지킨 그녀가 돌아오지만 기억은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우진은 늦기 전에 수아에게 자신들이 왜,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를 다시 보여주며 두 사람의 사랑을 재창조하려 애씁니다. 런던 코리안 링크스는 “이 작품을 보며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평할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들이 가득합니다.
5. 뷰티 인사이드 (2015)
- 감독: 백종열
몸이 바뀌는 소재의 영화는 흔하지만, 뷰티 인사이드는 그 전제를 한층 더 독특하게 풀어냅니다. 박서준과 한효주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매일 다른 사람으로 깨어나는 가구 제작자 우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성별, 나이, 인종, 국적에 상관없이 매일 달라지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은 언제나 우진 그대로입니다.
우진은 아름다운 이수(한효주)가 일하는 가구 매장을 자주 찾으며, 매번 같은 사람이지만 이수는 이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어느 날 멋진 남자로 깨어난 우진(박서준 역)은 이수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게 되고, 두 사람이 어떻게 관계를 이어갈지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이 내면에서 비롯됨을 보여줍니다. 원작은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가 출연한 동명의 온라인 소셜 시리즈를 바탕으로 합니다.
4. 파이란 (2001)
- 감독: 송해성
최민식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경력은 올드보이 외에도 다양한 작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파이란에서 그는 냉정하고 거칠며 때로는 소심한 갱스터 강재 역을 맡아 열연합니다. 반면, 중국 여성 파이란(세실리아 정)은 한국에 남아 있는 친척을 찾기 위해 온 인물로, 가족이 모두 떠난 상황 속에서도 한국에 머물고 싶어 합니다. 강재는 그녀가 정착할 수 있도록 결혼 서류에 서명하지만, 두 사람은 실제로 만나지 않습니다. 서로 정반대의 매력을 지닌 강재와 Failan은, 그녀가 보내는 러브레터를 통해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가며, 사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음을 훌륭하게 보여줍니다.
3. 빈 집 (2004)
- 감독: 김기덕
김기덕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빈 집은 독특한 방식으로 사랑의 본질과 사회적 소외, 가정폭력 같은 주제를 다룹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몰래 들어가 잠을 청하는 방랑자 태석(재희 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고 오히려 집을 돌보며 살아갑니다.
어느 날, 빈 집으로 생각했던 곳에서 사는 여성 선화(이승윤)를 만나게 되고, 선화의 학대받는 현실을 목격한 태석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섭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두 사람은 거의 말을 주고받지 않으며, 태석은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그들의 무언의 교감은 외로움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
2. 시월애 (2000)
- 감독: 이현승
산드라 블록과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한 레이크 하우스를 기억하시나요? 레이크 하우스의 원작인 시월애는 호숫가의 집 우편함을 통해 소통하는 두 사람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정재(오징어 게임)와 전지현(킹덤)이 시간의 간극을 넘어 우편물을 주고받으며 사랑에 빠지는 연인으로 출연합니다.
이 판타지적 사랑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언제나 사람들을 이어준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전지현이 연기하는 은주는 아름다운 해변가의 집을 떠나면서 짐을 싸던 중 우편함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넣어 다음 거주자에게 자신의 우편물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 카드를 받게 된 이는 초대 거주자 성현이며, 두 사람은 2년의 시차에도 불구하고 같은 집에 동시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서로의 개인적 문제를 도우며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이 작품은, 포근한 밤에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인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입니다.
1. 엽기적인 그녀 (2001)
- 감독: 곽재용
한국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영화는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개봉 당시 신선한 이야기와 독특한 캐릭터 설정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영향을 미쳤다.
남자 주인공 차태현은 배우, 가수, 예능인으로 사랑받으며 친근한 이미지로 유명하고, 여자 주인공 전지현은 당시 이미 시월애로 얼굴을 알린 스타였다. 이 영화 이후 그녀는 단숨에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영화는 평범한 대학생 견우(차태현)가 지하철역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녀(전지현)를 도와주면서 시작된다.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그녀’는 엉뚱하면서도 강한 개성을 지닌 인물로, 견우의 일상을 완전히 뒤흔든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점점 가까워지지만, 예상치 못한 감동적인 순간들도 함께 찾아온다.
이렇듯 엽기적인 그녀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유쾌한 코미디와 가슴 찡한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꼽힌다. 이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로 남아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로맨스 영화마다 고유의 감성과 스토리가 있어, 겨울밤 따뜻한 이불 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기에 제격입니다. 한국 로맨스 영화만의 섬세함과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올 겨울, 색다른 감동을 경험해보세요.